엑시트, 재난 영화의 새로운 해석

개요 : 액션, 코미디 / 대한민국 / 103분

개봉일 : 2019.7.31.

감독 : 이상근

출연 : 조정석(용남 역), 윤아(의주 역)

등급 : 12세 관람가

 

엑시트, 재난 시작입니다.

 

주인공 용남(조정석)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못 한 백수입니다. 대학 시절 공부보다는 클라이밍 동호회 에이스로 이름을 알렸지만 취업은 번번이 실패입니다. 오늘은 어머니 칠순 잔치가 있는 날, 온 가족과 친척들이 연회장 '구름정원'에 모였는데 누나, 매형, 사촌 동생들 모두 백수인 용남을 무시하여 용남은 이 자리가 불편할 뿐입니다. 심지어 연회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는데 대학 시절 클라이밍을 같이 했던 후배 '의주'로 용남이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 어색해진 사이인데 이 연회장의 부점장으로 근무 중이었던 것입니다. 같은 시각 근처에서 한 남자가 대형 트럭을 몰고 와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테러를 일으키고 이 유독가스는 시내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가스를 마신 사람은 갑자기 쓰러지고 질식사합니다. 바깥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연회장에서는 축하 파티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남은 음식까지 포장해 가는 식구들 모습을 후배 의주에게 들켜서 민망하기까지 한 상황입니다.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가려고 도로로 나가보니 사람들은 길바닥에 쓰러져있고 헛구역질하며 거품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용남의 식구들은 모두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가스가 바닥부터 차오르는 것을 보고 모두 옥상으로 대피합니다. 하지만 옥상은 잠겨있고 누군가는 방독면을 찾고 있고 1층은 이미 유독가스가 차오르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때 용남은 예전의 클라이밍 실력을 되살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옥상 문을 열려고 합니다. 다들 위험하고 무모하다고 말리지만 목숨을 건 도전 끝에 옥상에 올라가 잠긴 문을 열고 가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킵니다. 이제 옥상에서 헬기에 구조요청은 보냅니다.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의주의 지도에 따라서 다 같이 모스부호를 보내고 헬기 구조팀이 이들을 발견하고 구조용 버켓을 보내줍니다. 그런 구조용 버켓에 자리가 부족하여 모두 탈 수가 없어 용남과 의주만 옥상에 남게 됩니다. 

 

용남과 의주의 모험

옥상에 점점 연기가 차오르자 두 사람은 임시 방호복을 만들어 옆 건물로 피해가 그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보니 이미 가스는 거의 차 올라와 있고 방독면의 정화통은 거의 바닥이 난 상황입니다. 용남이 새 정화통을 구해와 다른 건물로 피해 갑니다. 새로운 건물 옥상에서 헬기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아 마네킹을 모아놓고 시선을 모아 헬기의 눈에 띄어 구조가 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반대편 건물에 학원에서 고립된 학생들을 발견하고 먼저 구조되도록 양보합니다. 인근 주유소에서 2차 폭발로 가스는 엄청나게 밀려오고 두 사람은 이 건물 저 건물로 피해 다니고 두 사람의 모습이 드론을 통해서 전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구조헬기가 그들을 찾아와 용남과 의주를 구합니다. 그리고 도시 전역에 퍼져있던 유독가스를 소강시켜 줄 비가 내려서 오염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이런 재난 영화도 있습니다.

보통 재난 영화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테러를 벌이기도 하고 또는 그 범인을 잡기 위하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엑시트'는 테러 그 자체나 그 원인과는 상관없이 탈출하는 상황만을 그린 코믹영화입니다. 영화이기는 하지만 본인들도 죽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 학원에서 공부하다 고립된 아이들에게 헬기를 양보하는 장면은 코믹한 상황에서도 작은 감동을 줍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가끔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은데 그 상황에 구조를 양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또한 재난을 보고 그대도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피해 다니고, 말도 안 되는 방호복을 입고 피해 다니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조정석의 능글맞은 연기, 윤아의 울고 웃는 연기 조합이 잘 이루어져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더불어 드라마 '우영우'에서 우영우의 회사 아빠 역할로 인기를 끈 '강기영' 배우가 이 영화에서 연회장의 점장으로 출연합니다. 부점장인 윤아에게 치근덕거리는 역할로 나오는데 감초 역할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 것 같습니다.

옥상으로 피해 다니면서 용남의 대사 중 "왜 이 동네 옥상 문은 다 잠겨있는 거야!"라고 잠겨있는 옥상 문을 향해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가 개봉되고 비상 상황에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고층 건물의 옥상 출입구에 '자동 개폐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고 하니 영화의 긍정적인 효과인 것 같습니다.